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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잠을 포기하고 봤다.

예술가로서의 나와 한 개인으로서의 나를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러한 일치를 위해서는 예술적 성취를 위한 성실한 연마 또한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 스스로 물었을 때, 부도 명예도 아니고,

아름다운 삶이라는 대답을 하게 되었는데, 그럼 그 아름다운 삶이 어떻게 가능한가가 고민이라는 에단 호크에게

"하지만 당신은 연기를 하면서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않나요?"라고 되묻던 세이모어와

말문이 막힌듯 생각하다가 "I can. I can." 두 번이나 긍정하던 에단 호크가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 두 번의 긍정 뒤 말줄임표 속에 무수한 이야기가 남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니 이런 영화를 만들었겠지.)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단지 미학적 의미에서만이 아니라. 

세이모어는 자신에게 음악이란 '우주의 질서'라고 했다. 

다른 모든 것은 불안정하고 예측불가능하다. 하지만 음악에는 절대적인 질서가 있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들으며 스피노자 생각이 났다. 고독을 즐기며 은거하는 모습도 닮았고.



사실 클래식에는 문외한에 가깝다. 뭐 다른 음악이라고 아냐마는.

뉴욕에서 가장 싼 티켓을 사서 무대 바로 위 발코니에 쭈그려 앉아 뉴욕필 공연을 보았을 때

그게 처음으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실제로 감상한 경험이었는데

아,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있구나, 원래 오케스트라는 이런 소리구나

감탄하고 경탄하고 감격하는 동시에 참 슬펐다. 

이것은 기회의 문제라는 생각에. 실제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그 아름다움도 알 수 있다. 


그때에 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큰 극장에서 듣는 클래식 음악들이 즐거웠다.

학생들에게 악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피아노를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지도하던 세이모어의 모습을 보며

거꾸로 나는 음악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세이모어가 가장 사랑한다는 슈만의 Fantasy, Op.17 세이모어가 연주한 음원이 마침 유튭에 있네.






영화의 마지막에 나온 세이모어의 공연 실황 비디오 






더 자주, 가깝게 접하고 싶다. 






덧) 

세이모어의 한국전쟁 참전 경험도 인상적이었는데.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눈물을 터트리던 모습.

그가 그 참혹한 경험을 하고도 인간으로서 무너지지 않고 살아내고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데에는

음악이라는 예술의 힘이 자리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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