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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아름다웠던 밤과 기쁘고 아름다웠던 오후

숲깊은 2016. 4. 28. 23:02


벚꽃이 만개했다가 지기 시작하던 밤, 버스 정류장에 앉아 가깝지만 먼 가족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안부를 묻고, 늘 그렇듯 나는 잘 지낸다고 말하고, 금방이라도 찾아가 인사를 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그 밤에는 마지막 벚꽃이 너무 아름다워서 슬펐다.









오늘은 그동안 쌓인 피로로 오후 늦게까지 널부러져 있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산책 겸 운동을 나갔다.

연녹색으로 푸르른 잎들의 청량한 기운에 눈도 맘도 시원했다.

그리고 꽃잎은 떨어져도 꽃잎. 예쁘기 그지 없었다.




윗몸 일으키기 기구에 누워 바라본 하늘





산책로에 분홍 꽃잎이 흩뿌려져 있어서 이게 어디서 날아왔나 한참 올라갔더니 나타난 꽃나무




나뭇가지에 피어 있을 때도 예쁘지만




떨어진 후에도 여전히 예쁘구나





그리고 산책하는 내내 단편선과 선원들의 2집을 들었는데,

마침 <거인>을 들을 때, 이 나무 앞이었다. 

나무에게 안기는 기분이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발견한 노란 꽃송이들

기울어가는 오후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돌이 굴러떨어질 뻔한 순간을, 잘 넘겼다. 

돌의 흔들림이 여전히 마음 속에 불안한 진동을 남기고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했다.

스스로에게 칭찬했던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