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나무 공연 - 160109
지금 시간 새벽 한 시 반.
권나무의 첫 번째 앨범 <그림>을 들으며 맥주 한 잔 하고 있다.
벌써 어제가 된 토요일, 상상마당 레이블마켓에서 열린 권나무의 공연에 다녀왔다.
9번째 레이블마켓을 기념하는 무료 공연이었는데, 예정된 30분을 넘겨서 한 시간 가까이 불러주었는데도
아쉽기만 했다. 감질난 채로 끝난 느낌. 다음에는 꼭 단공을 가야겠다.
얼마전 단공을 크리스마스에 하는 바람에.. 크리스마스에 혼자 공연을 갈 배포가 없어서 포기했었는데
다음 단공은 발렌타인데이에 하더라도 씩씩하게 혼자 가리라.
직접 본 권나무의 공연에 대한 소감은,
음원으로 들었을 때보다 더 강하고, 덜 다듬어졌달까.
사실 처음 권나무의 노래를 들었을 때는, 이름도 그렇고, 어떻게 이렇게 맑고 고운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 텐아시아에 실린 권나무 인터뷰(http://tenasia.hankyung.com/archives/497051)를 읽고 새삼 놀랐다.
날 때부터 쭈욱 맑고 고운 사람이었던 것은 아님을, 시련과 방황의 시간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렀음을 알게 되어서.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쉽게 잊어버리고 만다.
오늘 공연에서는(정확히는 어제지만) 내가 음악으로만 접하고 막연히 생각했던 권나무라는 뮤지션 말고,
내 눈 앞에 실제로 존재하는 뮤지션 권나무를 잠깐이나마 만날 수 있었다.
곱고 부드러운 음성이지만 사실은 곱고 부드럽기 위해 힘을 내고 힘을 조절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음원으로 들었을 때보다 더 강하고 덜 다듬어진 것처럼 들렸지만, 그 자체가 인상적이고 또 매력적이었다.
물론 그밖에도 공연 전날 구입한 새 바지 때문에 기타가 미끄러진다는 이야기나
<화분>의 가사를 잊어버려서 다시 시작할 때, 그리고 새 노래 <나의 노래>를 마음에 들게 부르지 못해 아쉬워할 때
보여준 소탈한 웃음들도 무척 매력적이었다.
레이블마켓에 권나무 씨디가 있으면 구입하려 했는데, 이번 마켓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그런데 마침 매진된 줄 알았던 테잎를 공연 후 10개 한정 판매한다하여 얼른 줄 서서 구입했다.
그런데 이게 싸인 테잎이었는데, 공연 후 권나무의 싸인회도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산 테잎엔 이미 싸인이 있는데, 그 싸인 위에 to. 누구누구를 추가로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받지 않기로 했다. 왠지 좀.. 민망하기도 하고, 권나무님이 싸인하느라 힘들 것도 같고.
여튼 이게 얼마만에 사보는 카세트테잎인지, 서랍을 뒤져 워크맨을 찾아 들어봐야겠다.
새해가 풍요롭기를 바란다는 덕담이, 왠지 뭉클했다.
정말로 풍요로웠으면 해서 그런 것 같다.